나의 IT 입문기

February 14, 2008 by oscarplex
Filed under: Diary 

파워 블로거를 위한 글쓰기 세미나가 있다고 해서 한국 MS에 갔다가 알게 된 이벤트인데, 몇 가지 주제로 글 쓰고 트랙 백 걸면 상품을 준다기에 글 하나 써 본다. ^^

대부분의 IT 관련 업무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이 바닥(?)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업무 중 휴식 시간이나 식사/회식 시간에 가끔 이야기를 해보는 주제 중의 하나이고 한 번은 써 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미병님 블로그에서 비슷한 글을 봤는데, 그 이벤트가 이거였군.

회사 생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보통 내 또래 정도면 다들 초등학교 시절부터 PC라는 걸 대부분 집에 가지고 있었고, 게임도 열심히 했고 GW-Basic 정도는 코딩들을 해 보고 C나 어셈블리까지도 접해 본 친구들이 꽤 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주변 여건이 그렇진 않았다고나 할까… 별로 관심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흠.

컴퓨터를 언제 처음 봤더라?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MSX 시리즈인 거 같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MSX를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서 1942라는 슈팅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오락실 가면 50원씩 하는 건데 그 친구(이름이 용현이었나? 가물…) 집에서는 공짜로 할 수 있었으니 장점이 상당했다. 물론 게임 시작을 위해 초기 로딩 시간이 거의 20분이 걸렸지. 게다가 얼마 뒤에 내가 전학을 가는 바람에 별로 해보지도 못했다.

그 뒤로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어디서 들고 온 286 PC가 내가 2번째로 직접 다뤄 본 PC였다. 그걸로 뭘 했을까? 당시에는 도스 시절이었는데, 도스가 뭔지도 몰랐고 애들이 자주 하는 게임에 대해서도 관심 없던 시절이고 하이텔, 천리안 같은 통신의 존재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맨날 PC 켜고 했던 건 한메 타자! 내 기억에 참 전투적(…)으로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한글 300타 정도까지 도달했던 거 같다. 지금은 대략 600타 정도 되려나?

PC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건 대학 입학 이후다. 일단 486을 넘어서 펜티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고, Windows 95가 발표되면서 상당히 PC라는 것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그렇다. 난 보통 내 또래들과는 달리 Windows 3.1은 건너뛰었다. -0- 내가 있던 하숙집 옆 방에 형들이 나우누리/천리안/하이텔 마니아였는데, 나도 거기 같이 물들어서(…) 통신 번개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딱히 프로그래밍에는 관심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이 뭔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과 선배가 학내 컴퓨터 학회를 만들었고 거기 가입하면 대학원 랩에서 마음껏 나우누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덥석 가입했고 랩에서 처음 접한 PC(사실은 워크스테이션)가 SGI O2 였다.

사실 당시에는 그게 뭐 하는 건지도 몰랐고, 전화선 없이 텔넷으로 나우누리에 접속해서 채팅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 그러다가 Windows가 아닌 유닉스/리눅스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슬랙웨어 배포판(2.x 버전 근처로 기억한다) 설치해보겠다고 정말 삽질 많이 했지. 특히 그 그래픽 카드 이름이 뭐였더라? 아, 3D Labs 사의 … 뭐였는데, 찾을 수가 없네. 그리고 교수님 업무 서포트를 위해 이런저런 잡일 - HTML 코딩으로 웹사이트 만들기, 데이터 입력, 포트란/C++ 프로그래밍 등을 하면서 점점 컴퓨터 자체에 빠져들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주위에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컴퓨터요’라고 이야기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PC도 직접 조립하고 남들 PC A/S 해주러 다니고, 용산에서 알바도 하고 하면서 보통 말하는 파워유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우누리 파워유저 동호회가 생각나네. ^^

프로그래밍을 정말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97년도였다. 하숙집 전산과 선배들이 하는 알바에 끼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다. 특히 막 생겨난 자바 프로그래밍 쪽을 좀 파고 들어서 당시에 유명했던 동호회 운영진도 해 보고 이런저런 오프라인 스터디도 진행해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IT 업계에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프로그래밍은 컴퓨터로 하는 취미 활동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여전히 더 중요한 취미는 채팅이었지. 오프라인 번개 100회가 목표였다. ^^

그러다가 좀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바로 병역특례의 문제다. 사실 난 대학원을 갈 생각으로 4학년 때는 열심히 공부 좀 해서 대학원 가서 석사 끝나고 병역특례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4학년 마지막까지만 해도 석사 나와도 산업기능요원이(복무기간 3년) 가능한 줄 알았는데, 석사 입학 이후에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참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절대로 전문연구요원은(당시 복무기간 5년! -0-)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에 대학원이고 뭐고 바로 산업기능요원 자리를 구하려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마침 학부 때 아르바이트나 오프라인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 이미 병특 생활을 하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내 입맛에 맞는(집에서 가깝고, 돈 젤 많이 주는 -0-) 회사에서 병특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 뒤로 지금껏 9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중간에 교수님이 대학원 들어오라는 제안도 했지만 사실 돈 버는 맛에 중독(…)되기도 했고,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상황에서 해당 전공을 다시 따라간다는 게 답답해서 거절했었다. ^^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우연 때문에 결국 여기에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PC 통신의 전성기가 도래했고, 이후 인터넷의 시대가 열렸으며, IMF 이후 IT 벤쳐 열풍이 일어났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컴퓨터에 대해 아는 거라곤 타자 연습밖에 없었고 입학 이후에는 단지 취미가 컴퓨터였다가 지금은 프로그래머를 직업으로 하고 있다. 정규 수업이나 학원 수업 등은 받아 본 적도 없고, 책과 인터넷, 지인들과의 교류만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 어떻게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 앞으로 분야는 바뀔지라도 프로그래밍 자체는 계속 할 텐데 과연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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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9 Comments on 나의 IT 입문기

  1. eslife on Fri, 15th Feb 2008 2:28 AM
  2. 오호 병특이었군요. 동질감을 ㅋㅋ

  3. novaluce@myid.net on Fri, 15th Feb 2008 3:16 AM
  4. 오프라인 번개 100회… ㅎㅎ

  5. 폴라 on Fri, 15th Feb 2008 3:18 AM
  6. 음.. 그냥 유저 네임 적는거였구나..
    내 오픈 아이디는 맨날 까먹어… -_-;
    오랜만에 옛날 얘기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
    나우누리하던 시절.. ㅋㅋ

  7. 오스카 on Fri, 15th Feb 2008 9:21 AM
  8. 그러게, 요즘은 왜 저런 채팅 문화가 형성이 안되는걸까;;;

  9. 오스카 on Fri, 15th Feb 2008 9:22 AM
  10. 뭐, 월급 못 받고 다니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또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었죠. -0-

  11. 미친병아리 on Sat, 16th Feb 2008 6:09 AM
  12. 집 가깝고, 돈 젤 많이 주는.. 게다 병역특례를.. 부럽습니다.. ㅎㅎㅎ

  13. 오스카 on Wed, 20th Feb 2008 7:31 PM
  14. 뭐, 그냥 합격한 회사들 중에서 연봉이 젤 높았다는거죠. ^^ 아마 그때 1800 정도 받았을거에요.

  15. HOONS on Thu, 28th Feb 2008 10:39 PM
  16. 후기 잘읽었습니다~
    저도 병특 .. >_<

    그런데 옆에 냐옹이 저희집 냥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저희도 터키시 앙골라 수컷 블루아이 ㅋㅋ

  17. 오스카 on Fri, 29th Feb 2008 11:10 PM
  18. 와우, 파란만장(?)한 인생을 진행하고 계시네요. ^^
    고양이는 친구가 기르던건데, 한 5년 전이니 지금은 어떨런지;;;